2011-12-15

[한겨레 기사돌려보기]디도스 공격 착수금·성공사례비로 1억원 건넸나

디도스 공격 착수금·성공사례비로 1억원 건넸나
수상한 돈거래 포착
국회의장 비서 김씨→최구식 비서 공씨에 1천만원
10·26선거 이후, 공격실행 강씨에 9천만원 건네
1억 대출받아 줬다는 해명 의문…추가수사 필요
한겨레 유선희 기자기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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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누리집을 디도스 공격한 피의자들과 주요 참고인들 사이에 '금전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14일 드러나,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경찰을 두고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김-공-강으로 이어지는 1천만원의 정체는? 경찰 조사결과를 보면, 이 사건의 주요 참고인인 김아무개(30·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씨는 디도스 공격이 있기 6일 전인 10월20일 공아무개(27·구속·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전 비서)씨의 계좌로 1천만원을 보냈다. 공씨는 이 돈을 10월31일 강아무개(25·구속·디도스 공격 실행 ㄱ사 대표)씨에게 넘겼다. 디도스 공격이 성공하고 나서 5일 뒤다. 정황상 김씨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하며 공씨에게 돈을 건네고, 공씨가 이 돈을 갖고 있다가 '성공보수'로 강씨에게 보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1천만원에 자기 돈 200만원을 보태 직원들 월급으로 썼다"며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김씨는 왜 차씨에게 9천만원을 건넸나? 김씨가 공씨의 중·고교 동창이자 강씨 회사의 등기 이사인 차아무개(27·구속)씨에게 건넨 9천만원도 수상쩍기는 마찬가지다. 차씨는 경찰에 "한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투자금의 30%를 딸 수 있는 이벤트가 있어, 김씨에게 '1억 투자하고 3천만원을 벌어 1500만원씩 나눠갖자'고 제안해 받은 돈"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차씨는 이 돈을 모두 탕진한 뒤 잠적했다가 체포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씨가 도박자금으로 차씨에게 9천만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건넨 점, 김씨가 이 돈을 차씨의 계좌가 아닌 강씨 회사(ㄱ사) 법인계좌로 입금한 점, 디도스 공격이 성공한 뒤에야 공씨와 강씨 등의 범행 사실을 알았다던 김씨가 이렇게 큰돈을 거래한 점 등은 석연치 않다. 차씨가 잠적한 뒤 강씨가 이 돈에 1천만원을 얹어 대신 갚은 점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애초 수익금으로 약속한 30% 중 일부라도 달라는 김씨의 요청에 1천만원을 더 건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처럼 의심할 만한 돈거래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던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가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씨와 공범 3명을 검찰로 송치한 뒤에도 거의 매일 김씨를 불러 추궁하고 있고 오늘도 불렀다"며 "김씨 개인비리를 수사해 '별건 구속'을 한 뒤 압박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어 김씨 계좌를 샅샅이 훑는 중"이라고 밝혔다.

■ 수사망 좁혀오자 9천만원 돌려줬나? 1억원을 갚은 시점도 미묘하다. 강씨는 11월17일과 26일 두 차례로 나눠 1억원을 김씨에게 송금했다. 이때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경찰 수사를 의식한 공씨가 최구식 의원에게 사표를 낸 것도 이 무렵인 11월28일이다. 경찰 수사에 대비해 공격 대가로 받은 9천만원과 빌린 돈 1천만원을 맞춰 1억원을 돌려줬을 가능성이 있다. 또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다며 공씨한테서 1천만원을 빌렸다던 강씨가 17일 만에 5천만원이라는 큰돈을 차씨 대신 김씨에게 갚고, 불과 9일 만에 다시 5천만원을 송금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찰은 "강씨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김씨가 빌려준 1억원의 출처는 어디? 이 밖에 김씨가 공씨와 차씨에게 빌려준 1억원(1천만원+9천만원)이라는 돈의 출처도 관심거리다. 게다가 김씨는 10·26 보궐선거 전날 술자리를 함께한 병원장 이아무개(37)씨에게도 1억7천만원을 '투자'했다. 양쪽을 합치면 2억7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김씨가 한달 새에 쉽게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계좌추적에서는 사건의 배후를 의심할 만한 돈의 흐름이 나오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서울 마포에 있는 3억2천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다가 최근 경기도 일산의 1억5천짜리 전세로 옮겨 가면서 1억7천만원의 차액이 생겼다"며 "평소 저축한 1500만원과 1억원을 대출받아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변제받은 5천만원과 이자 500여만원, 여기에 마이너스 통장 2천만원 등을 더한 것이 총 2억7천만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어떻게 1억원을 대출받았는지, 지인에게 왜 빌려줬고 언제 5천만원을 돌려받은 것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김씨가 전세계약서 등 소명자료를 냈고, 계좌추적을 통해 김씨의 진술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만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기사등록 : 2011-12-14 오후 09:38:30 기사수정 : 2011-12-15 오전 08: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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