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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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연주 무죄 확정, '언론장악 청문회' 열어 진상 밝혀야
한겨레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게 어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애초부터 무리한 기소였으니 사필귀정이라 할 만하다. 정 전 사장은 강제해임을 주도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와 함께 수사 검사들도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이 이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여는 등 좀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조처가 필요하다.
현 정권은 지난 2008년 임기가 남은 정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벌이고, 한국방송 이사였던 신태섭 동의대 교수를 학교에서 강제해임한 뒤 이를 빌미로 이사직을 박탈하는 등 용의주도한 '공작'을 진행했다. 감사원과 방송통신위·교육부·국세청 등 정부기관이 총동원됐고, 결국 검찰이 배임죄로 기소를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법인카드 사용 명세까지 샅샅이 뒤졌는데도 개인 비리를 찾아내지 못하자 국세청과의 세금반환 소송에서 재판부 조정에 응한 것을 꼬투리 잡아 배임죄로 몰아붙인 것이다. 이것이 말도 안 되는 검찰권 행사였음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분명하게 재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무죄판결과 관련자들의 사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초인 언론자유가 위협받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종편채널의 출범과 횡포·특혜는 아직도 언론계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몰아넣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언론장악공작 진상규명 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대야소 상황이라 어렵다면 총선 이후라도 반드시 관련자들의 불법 탈법 행위가 밝혀져야 한다.
정 전 사장은 어제 "최시중 위원장이 강제해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국회에서 두 번이나 나의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퇴로 끝나선 안 된다. 신태섭 교수 강제해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감사원 감사나 검찰 고발과는 무관한지 등 방송장악 공작의 전모를 밝혀 필요하면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정 전 사장은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의 이기옥 검사, 박은석 조사부장(현 대구지검 2차장), 최교일 1차장(현 서울중앙지검장), 명동성 지검장(현 변호사)과 임채진 검찰총장(현 변호사)의 책임도 물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최소한의 법률상식을 가진 검사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강행한 게 누구의 지시 때문이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소장 검사들은 수사권 문제만이 아니라 이런 검찰의 치부를 드러내 치유하는 일에도 앞장서기 바란다.  
기사등록 : 2012-01-12 오후 06: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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