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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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2011.12.13. 제890호]
조혜정
[표지 이야기] 위기 닥치면 꼬리 자르기 급급한 습성, 선관위 홈피 공격 사건에도 재연돼… 국민 정서와 유리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기득권 집단의 구조적 지체 현상, 막다른 골목에 이르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던 2004년 4월23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앞에서 왼쪽 넷째)와 당직자들이 현판을 천막당사로 옮기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민주주의의 심장을 쏘았다.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유권자가 권력을 교체하는 룰(규칙)이 지켜져야 한다. 정치 엘리트, 후보, 당이 모두 이 룰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건드렸다는 건, 이 룰 자체를 뒤흔든 것이다."(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비록'에 방점 찍힌 변명의 연속

집권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비서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라는 사이버테러를 감행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개인적인 돌출행동"이라며 한나라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의 비서를 고용한 최구식 의원은 "실력을 과신한 젊은 해커들의 치기 어린 장난"이라고 사태의 의미를 왜곡하려 했다. 서복경 교수의 지적처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지난 10월26일 이른 아침 선거 개시 시각 직전부터 2시간 동안 공아무개 비서가 주도한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이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인식은 한나라당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다. 홍준표 대표는 12월6일 라디오 연설에서 "비록 한나라당 국회의원 운전 비서가 연루된 사건이지만, 경찰에서는 더욱 엄중히 조사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연루자를 엄벌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 우리는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12월4일 김기현 대변인은 "비록 당 소속 국회의원의 개인 운전기사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긴 하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일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비록'에 방점을 찍으며 사태의 엄중함을 호도하려 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디도스 공격 사건은 '차떼기'보다 더 악질적인 범죄"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김 지사의 관심도 진상규명과 사과보다 '미래권력 구성'에 쏠린 듯했다. 12월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치대학원 특강에서 김 지사는 "잘못된 것,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일대 쇄신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큰 변화를 해야 한다. 빨리 자르지 않으면 온몸이 다 썩는다"며 "새 인재를 발굴·영입해 리더십의 절반 이상을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12월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 문란 행위에 대해서 책임지고 사죄하는 자세가 아니라, 회피하고 덮고 가려는 궁색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디도스 공격은) 집권세력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자행한 사이버테러이며 기획범죄, 종합 부정선거"라며 "헌법을 위기에 빠뜨린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선관위 사이버테러는) 정당 해산 사유에 해당하므로, 한나라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한나라당은 원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집단"이라고 자조했다. 이 말은 한나라당의 인적 구성 자체가 국민의 일반적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되살아나는 '초원복집' '총풍'의 추억

한나라당 안에서도 당 지도부의 이런 대응을 향해 쓴소리가 쏟아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의원이 비서 관리를 소홀히 했든 어쨌든, 이런 일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죄송합니다'고, 그다음이 '엄벌해주십시오'다. 그렇지 않다면 지도자로서 기본 소양이 없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비록' 홍 대표는 12월9일 대표직을 사퇴했지만, 그가 "용서해주시기 바란다"고 한 대상은 사이버테러가 아니라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하고 한나라당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이었다.

경찰 수사에서 사이버테러의 '윗선'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9급 비서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원희룡 의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정조사는 물론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에선 국가정보원과 선관위가 이 사건에 개입했거나 최소한 방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20~40대의 투표가 집중되는 출근 시간대에 투표소 확인을 불가능하게 만든 이번 사이버테러는 집권세력이 부당한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해 그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과거'를 상기시킨다. 1992년 대선 직전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지역감정 조장 등으로 선거 개입을 시도한 '초원복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은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선후보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선거 대책'을 논의했다. 이 사건은 민자당의 되치기로 '불법 도청'에만 초점이 맞춰져 관권선거 시도의 엄중함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총풍'으로 불리는 1997년 '판문점 총격 공작사건' 때도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는' 한나라당의 대응은 비슷했다. 청와대 행정관 등이 그해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려고 북한에 총격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한나라당은 "30대 기업인과 40대 청와대 행정관 등 '애송이'들이 주동이 돼 독자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몇 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도 몸통은 드러나지 않았다. 주요 선거 때마다 북한의 안보 위협을 조장해 여당 지지를 강요하다시피 한 '북풍'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일까? 지금 한나라당에선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반성의 기류도 찾아보기 어렵다. 악재가 악재를 덮어주다시피 하는 희한한 상황이 지속되자, 모든 논의는 깔때기를 통과한 물처럼 '내년 총선에서의 생존'이라는 입구 좁은 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판이다. 선거 개입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풀 해법도 과거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 최구식 의원 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사이버테러가 밝혀지고 유승민 의원 등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앞줄 오른쪽)와 황우여 원내대표(앞줄 왼쪽). <한겨레> 강창광 기자

거듭된 위기에 반복되는 구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한나라당은 원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집단"이라고 자조했다. 이 말은 한나라당의 인적 구성 자체가 국민의 일반적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사실 한나라당이 위기를 못 느낀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이들의 '출신 성분'이 유별나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해결책을 내놓는 데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이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 교수, 기업인, 주류 언론인에 군사정권 때부터 정치를 해온 엘리트·기득권층 출신으로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려야 할 수 없는 이들이라는 얘기다. 인터넷 대응책이 '댓글 알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20~40대 여론의 중심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아지자 이를 규제할 방법부터 찾는 건 이들의 '뿌리'가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졌고, 그때마다 쇄신을 부르짖었다. 2008년 촛불 정국 이후 당 안에선 수도권 소장파를 중심으로 쇄신 요구가 들끓었다. 2009년 4월 재보선 패배 이후엔 쇄신특별위원회까지 꾸렸지만, '과녁'을 제대로 찾지 못해 주저앉고 말았다. 6·2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두 차례 보궐선거에서 참패했을 때도 쇄신론이 터져나왔다. 주장은 늘 같았고, 성과는 없었다. 당·정·청 관계 쇄신,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기조 수정, 부자 감세 등 반서민 정책 철회 등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박근혜 역할론 요구였다. 이번엔 박 전 대표가 움직일 결심을 했다는 점만 다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국정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야당 때는 미래연대(16대 국회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 등 소장파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는 여당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며 "대통령의 성과에 따라 '순장'되는 것이 여당의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칼자루를 쥔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으면 여당 내 비판세력 마음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를 구원투수로 불러내는 것이 새롭기는커녕 '구태'에 가까워 보일지라도, 이들이 '이명박당'이라는 색깔을 빼려면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박 전 대표 말고는 현재의 권력과 '체급'이 맞는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당 내부와 당 밖의 지지자들을 아우르며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여론을 감지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촉수는 이미 죽은 상태다. 더구나 작금의 경제적 욕구와 세대의 문제 등 다차원적이고 다층적인 유권자의 요구는 기존 정당을 개혁해 수용할 만한 수준의 파고가 아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우연이 아닌 구조적 지체 현상

한나라당의 과거 회귀적 모습엔 민주당 등 야당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선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다. 강력한 야당이 존재할 땐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든 이들과 합의와 타협을 이루려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국회 의석의 절반이 훨씬 넘는 공룡이었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의석은 87석에 불과하다. 야당이 모두 연합해도 표결에서 한나라당을 막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의석수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민주당은 '역대 최약체 야당'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무기력했다. 최근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예산국회 일정에 합의해주는 등 한나라당이 자신들을 '만만하게' 볼 빌미를 스스로 여러 차례 제공해왔다. 전두환 정권 때 관제야당인 민주한국당(민한당)이 떠오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까닭이다.

근본적 문제는 한나라당이 변화한 민심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정당정치 체제의 구조적 '지체'라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자 유권자의 기반과 요구는 급격히 변화했다. 양극화 심화 등으로 계급·계층적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세대별로 정치적 요구도 크게 달라지는 등 기존의 지역 기반 정당이 더는 유권자의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나 기존 정당들은 스스로를 쇄신하지 못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이라는 '외부의 충격'도 정당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서복경 교수는 "여론을 감지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촉수는 이미 죽은 상태"라며 "더구나 작금의 경제적 욕구와 세대의 문제 등 다차원적이고 다층적인 유권자의 요구는 기존 정당을 개혁해 수용할 만한 수준의 파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무상 보육·교육, 반값 등록금, 실업 등 사회·경제 정책 관련 의제만 보더라도 유권자들의 요구는 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의 논의는 기존 시장 구조는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을 조금 더 걷느냐 마느냐에 머물러 있다. 유권자는 정치권에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데, 기존 정당들은 얼굴을 누구로 바꿀 것이냐의 문제에만 골몰해 있다."

» <한겨레> 자료사진
» <한겨레> 이정용 기자
» 보수정당은 끊임없는 변신으로 살아남았다.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생존해온 이들의 모습(위부터). <한겨레> 강재훈 기자

수직적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

이런 지체 현상은 반이명박 정서가 큰 집권 말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더 큰 문제가 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는 점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나라당은 '생존'을 위해 박 전 대표를 선택했다. 하지만 쇄신과 변혁의 책임을 지고 전면에 나서는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은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이다. 똑같은 국회의원 신분인데도 박 전 대표는 '대변인 격' '비서실장 격'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고, 박근혜계 의원들조차 그의 개인 연락처를 아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평범한 시민이 서울시장과 트위터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이것이 행정에 반영되는 수평적 리더십이 힘을 얻고 있는 시대에 '박근혜표 한나라당'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겨레21>은 한 달 전 885호 특집 '공룡 정당은 몰락할까 진화할까'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보수정당들이 벼랑 끝에 선 듯한 위기를 겪을 때마다 변신을 통해 살아남은 것처럼 한나라당도 그럴 수 있을지 물음을 던졌다. 그 기사에 한 누리꾼은 이런 댓글을 달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진화가 아니면 꼼수에 불과할 것이며, 그 답은 몰락이다. 예전과 차이점은 (한나라당의) 겉과 속을 국민이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허공으로 한 발 내디딘 게 아닐까.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국정원·선관위 부적절 대응 의혹

선거 방해에 뒷짐 진 이유가 있었나

민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새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가 사이버테러를 당한 것과 관련해 선관위와 국가정보원 쪽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기관인 선관위 홈페이지가 공격당했는데도, 관리 책임이 있는 두 기관이 제대로 협조하거나 대응하지 않은 것은 최소한 사이버테러를 방조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 대응 지침'은 공격받을 경우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NCSC)에 가장 먼저 통보하고 협조를 요청하도록 돼 있다.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는 모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의 발원지 인터넷 주소(IP), 유형, 횟수 등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날 새벽 5시50분 홈페이지 접속 장애를 처음 확인하고도 이 지침을 어겼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KISA)와 통신업체에만 이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국정원에 통보한 것은 2시간15분이 지난 뒤인 8시30분이었다.

국정원의 대응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이버안전센터는 아침 6시15분께 선관위 홈페이지에 제대로 접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선관위와 행정안전부에 통보만 했을 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전자정보법 제56조에 따라, 선관위의 요청이 있을 때만 기술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조처를 할 수 없었다는 태도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월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일도 아닌 선거일에 이런 행위가 일어난 것은 선거방해 행위이고, 헌정 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반국가적인 중대 사실이라는 것을 국정원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2시간15분 동안 뒷짐 지고 있는 것이 맞는 행동이냐"고 비판했다. 박 의장은 또 "국정원은 10월26일 저녁 8시에 민간이 만든 악성코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한 달 열흘 뒤에야 경찰이 발표했다"며 "(뒤에) 또 다른 무엇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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